[MBN스타 금빛나 기자] “해당 주제 음식을 소개하는 영상이 있어요. 약 2분가량의 짧은 영상인데, 우리는 그 영상 하나를 만들기 위해 꽉 채운 24시간을 촬영에 매달립니다. 정성을 들인 만큼 영상이 나와 주니 노력을 안 할 수가 없어요.”(‘수요미식회’ 이길수 PD)
음식에 대해 다루는 tvN 예능프로그램 ‘수요미식회’에는 음식프로그램의 필수라고 여겨지는 ‘먹방’을 찾아볼 수 없다. 음식에 대한 깊은 고찰만이 있을 뿐이다. 음식의 역사와 추억, 그리고 전문적인 지식 등을 아우르는 ‘수요미식회’는 말한다. 이제는 ‘먹방’이 아닌 ‘미식’의 시대라고.
지난 1월21일 ‘소고기 등심구이’ 편을 시작으로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미식토크의 문을 연 ‘수요미식회’는 2회 ‘칼국수’ 3회 ‘치킨’ 4회 ‘김치찌개’ 5회 ‘만두’ 6회 ‘파스타’ 7회 ‘탕수육’ 8회 ‘돈가스’ 그리고 3월18일 ‘두부’ 등 다양한 음식을 만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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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진 구성도 남다르다. 방송인 전현무와 슈퍼주니어 김희철의 진행에 맞춰 연예계 손꼽히는 미식가 배우 김유석,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 강용석, 요리 연구가 겸 푸드스타일리스트 홍신애,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등 이른바 맛에 관해서는 전문가들이 총출동한 것이다. 여기에 매회 해당 음식에 대한 전문가를 특별 초대해 음식의 탄생 배경과, 국내 유명 음식점과 얽힌 사연, 그리고 그 이면에 있는 문화사적 에피소드를 맛있게 풀어주고 있다.
‘수요미식회’는 가장 큰 특징은 음식의 ‘맛’에 집중하는 것을 넘어 ‘음식’이라는 키워드 속 다양한 요소들을 균형 있게 짚어 내면서도 맛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를 한껏 높인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주제 음식 토론에 앞서, 프로그램은 2분간의 짧은 영상을 이용해 음식을 소개한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음식프로그램에서 빠질 수 없는 색감과 음식을 만들 때 형성되는 맛있는 소리는 고스란히 담겨있다.
예를 테면 ‘돈가스’ 편에서 소개하는 영상 속 시청자들은 지글지글 튀겨지는 소리와 칼을 이용해 살을 갈랐을 때 그 사이를 타고 흐르는 기름은 시청자들의 눈을 황홀하게 만든다. 여기에 더해지는 음식에 대한 출연자들의 빛나는 지식은 음식 앞 호들갑스러운 리액션이 없어도 시청자들의 침샘을 한껏 자극한다.
이와 같은 ‘수요미식회’를 보면서 드는 한 가지 의문점, 수없이 많고 다양한 음식들 가운데 과연 주제 음식은 어떻게 잡는 것일까. 이에 대해 ‘수요미식회’의 이길수 PD는 “이번 주에는 ‘이 음식을 꼭 해야 해’라며 정해진 것은 없다. 일단 일반적으로 대중에게 친숙한 음식, 많은 이들이 자주 먹고, 궁금해 할 음식은 무엇인가 고민한 뒤 회의를 통해 선정한다. 특별하게 메뉴선정의 기준이 있다기 보다는 친숙하면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다룰 수 있는 소재들을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주제 음식이 정해지면 그때부터 ‘수요미식회’의 본격적인 준비가 시작된다. 1시간 방송되는 ‘수요미식회’지만 한 회 준비기간은 무려 최소 3주,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관련 서적에서부터 관련 분야의 전문가 만나기, 자료 서치 및 각 음식점 탐방만 해도 하루 이틀 내에 끝낼 수 없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 속에서 다소 ‘이야깃거리’가 부족한 맛집들은 탈락이 되기도 한다.
취재를 통해 1차 자료를 취합하면 이제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된다. 직접 가게에 찾아가 인터뷰를 나누고, 실제 음식점에서의 풍경을 담고, 게스트를 섭외하는 것이다. 이 PD는 “셰프 선정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음식에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살핀다. 이를 위해서 실제 경력도 살펴보고, 만나서 이야기도 나눠본 뒤 최종회의 끝에 결정한다”며 “TV에서 보면 단순히 스튜디오에서 토크만 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여러 가지로 손이 많이 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짧은 영상을 만들어도 많은 정성과 노력,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힌 이 PD는 “사실 2분짜리 소개영상 하나만 찍는데도 족히 하루가 걸린다. 짧은 영상이라고 대충 촬영을 하면 화면에 그대로 나온다. 다들 잘 담아 보자라는 욕심이 있다 보니 더욱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며 “중간에 더 좋은 장면을 만들기 위해 전문 푸드팀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아예 따로 촬영을 하기도 한다. 전문적인 중식의 경우 당연히 손놀림도 따라와야 하는 분들도 많은 만큼 비록 얼굴이 나오지 않지만 최대한 경력이 많으신 분들을 섭외를 해서 따로 촬영을 부탁드린다”고 프로그램에 대한 열의와 애정을 전했다.
그렇다면 ‘수요미식회’에서 제일 많은 시간이 걸린 에피소드는 어떤 것일까. 이 PD가 뽑은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에피소드는 바로 ‘두부’ 편이었다. 단순히 두부요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두부를 만들어지는 과정을 모두 카메라에 담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이 PD는 “사실 모든 촬영이 다 오래 걸린다. 그만큼 힘들기는 한데, 그 중에서도 두부가 특히 시간이 걸린 것 같다. 두부 촬영을 위해 강릉과 강원도 양구를 갔다. 그 곳의 두부장인들은 늘 새벽 3시에 일어나서 그날의 두부를 준비한다. 제작진 역시 이 같은 과정을 담기 위해 3시 전부터 촬영을 준비하고 담다보니 유독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게 된 것 같다. 담당 PD의 말을 들어보니 촬영을 했던 4일 이상을 그쪽 지역에서 촬영하면서 하루에 3시간도 못 잤다고 하더라”고 촬영 뒤 숨어있던 뒷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예상보다도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이 소요 되는 ‘수요미식회’가 PD가 가장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이 PD는 이에 대해 “한 끼라도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레시피를 넘어서, 이야기가 녹아든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며 “저희의 수고스러움 보다는 잘 찍어온 영상이니 음식을 만드는 이들은 어떤 이들이며,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잘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