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는 2m 이내 밀접 접촉자에 의해 감염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 사례를 보면 공기 중에 떠다니는 에어졸이나 비말에 의해 감염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실상 밀폐된 공간에서 공기중 감염이 된다는 얘기다. 지난 8일 방한한 WHO(세계보건기구)조사단도 메르스가 환자와의 밀접 접촉을 통해서만 감염된다는 기존 입장을 버리고 병원내 공기감염 가능성을 인정했다.
공기감염 가능성은 그 동안 몇몇 논문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MIT 부뤼바 교수팀이 지난해 4월 유체역학 저널(Journal of Fluid Mechanics)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비말이 공중에 섞여 이동한다. 특히 직경 0.1~0.01mm크기의 비말은 공기중에 수시간동안 둥둥 떠돌아다니기 때문에 밀폐된 공간에서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 1시간안에 주변 공기를 오염시킬 수있다. 버지니아공대 연구팀들도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병원진료 대기실, 간호사실, 비행기실내(기내) 등 3곳을 대상으로 비말입자를 조사한 결과, 수거한 샘플 절반에서 독감바이러스를 비롯한 비말입자가 발견됐다. 1㎥에 평균 1만 6000입자가 섞여있었다. 대부분 입자는 0.0025mm로 수시간동안 공기중에 떠 있을 수있는 크기다.
바이러스 전파는 침방울(비말)을 통해 이뤄진다. 직경이 5μm(μm=100만분의 1m)보다 작은 침방울을 ‘에어로졸(aerosol)’이라고 하고, 이보다 크면 ‘비말(droplets)’이라고 부른다.
에어로졸은 너무 작아서 증발해 사라질 가능성이 높지만 큰 침방울은 다른 사람 호흡기로 들어가 코나 기관지 등 상부 호흡기 점막에 달라붙는다. 작은 비말입자는 수분증발이 되면 쪼그러지면서 비말핵이 되어 폐포까지 침투한다. 사람의 폐 흡수면적은 약 80~120㎡이고 1분간 12~20회쯤 호흡을 하며 약 6ℓ 공기를 흡입한다.
따라서 메르스감염에 우려되는 곳에 갈 때는 반드시 마스크 착용과 함께 코로 숨을 쉬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선동일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코호흡과 입호흡은 산소를 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뱉는다는 것은 모두 똑같지만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큰 차이가 있다”며 “입으로 숨을 쉬는 사람들은 감기나 천식, 비염 알레르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부분 숨을 쉴때 코로 쉰다고 생각하지만 거의 모두 입으로 쉬는 경우가 많다. 코로 숨을 쉰다고 답한 상당수 사람들 뿐만 아니라 만성 호흡기질환자들은 약 90%가 입으로 숨을 쉬지만 스스로 코로 호흡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우리는 하루 동안 마시는 공기의 양이 무려 8000~1만ℓ에 달한다. 무게로 치면 약 15㎏이며 호흡 횟수로 치면 2만 5000번이상이다. 이처럼 몸을 드나드는 엄청난 양의 공기를 어디로 마시느냐에 따라 호흡기질환의 명암이 교차한다.
코로든 입으로든 숨만 쉬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을 할 수있지만 입으로 들이마시는 공기는 어떤 여과장치도 거치지 않은 오염된 물을 마시는 것과 같다. 입으로 숨을 쉬면 공기 온도와 습도를 적절히 조절하지 못해서 기관지와 허파는 항상 차고 메마른 환경에 노출되고, 병균에 대해서도 무방비 상태가 된다.
일본 이비인후과 전문의 이마이 가즈아키 미라이 클리닉원장과 오카야마 대학병원 소아치과 오카자키 요시히데 교수(‘입으로 숨쉬지 마라’ 공동저자·이상 출간)는 “코는 털과 점액이 공기중의 작은 먼지가 폐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고 비갑개(선반과 같은 코구조)와 비중격(좌우 코칸막이)에는 항상 적당한 습기를 머물고 있어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들어오면 재빨리 습도와 온도를 높인다”며 “코호흡이야말로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라고 밝혔다.
코와 입은 같이 붙어있지만 기능과 역할이 다르다.
코는 숨쉬기와 냄새를 맡는 기능 외에도 찬공기를 체온수준까지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 온도조절기능, 외부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비갑개 점막을 통해 습도조절 기능, 흡입한 공기를 정화해 허파로 보내는 공기정화 기능을 한다. 코의 구멍에는 콧털이 나 있고 그 안쪽에는 먼지를 제거하는 섬모를 가진 점막이 있다. 섬모세포는 브러싱 기능이 있어서 먼지를 순차적으로 콧구멍 바깥쪽으로 밀어낸다. 이것이 건조하여 딱딱해지면 코딱지가 된다. 코는 공기를 데우면서 가습기 역할을 하고 먼지나 불순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천연마스크’라고 할 수있다.
입은 음식을 먹고 소리를 내는 곳이다. 획일적으로 입호흡이 나쁘다고 할 수없지만 이물질에 대한 방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가 공기를 타고 몸속 깊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또 입호흡을 하면 입이 말라 구강건조증이라고 불리는 증상이 나타나 구강내 유해균이 급증해 구취가 발생하기도 한다.
영하 40℃ 찬공기는 길이 10cm에 불과한 콧속을 통과하면서 체온과 비슷한 온도까지 높아진다. 콧속에 있는 수많은 모세혈관이 들이마신 공기를 따뜻하게 데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코피의 약 80%이상이 다량의 모세혈관이 모여있는 이 부분에서 일어난 출혈 때문에 발생한다.
정광윤 고려대의대 이비인후과 교수는 “춥고 건조해지기 쉬운 계절에는 입보다 코로 숨을 쉬는 것이 호흡기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폐는 차가운 공기에 취약한 기관이어서 반드시 코호흡으로 공기를 데워줄 필요가 있다”며 고 말했다.
코 호흡은 독감예방에도 좋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춥고 건조할 때 맹위를 떨치지지만 습도가 높고 무더운 여름철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100이라고 가정하면 기온 20℃, 습도 60%상태에서는 6시간 뒤에는 5%밖에 살아남지 못해 95%가 죽고 만다. 그러나 습도가 30%로 떨어지면 약 50%의 바이러스가 생존한다. 따라서 코로 호흡하면 입으로 호흡할 때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막을 수있다고 이마이 가즈아키 원장은 지적했다. 바이러스의 일종인 메르스도 마찬가지다.
코로 호흡을 하면 구강이 깨끗해지고 기침과 천식을 예방할 수 있다. 우리는 하루에 600회쯤 삼키는 동작(연하작용)을 한다. 그 중 식사할 때 200회 정도 이뤄지고 나머지 400회는 무의적으로 타액(唾液)을 삼킨다. 그러나 입을 다물지 못해 삼키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타액이나 가래가 하루 종일 목안에 잠겨서 기침이나 천식을 일으킬 수 있다. 만약 감기에 걸렸다면 코가 막혀 잠을 자는 동안 자연히 입으로 호흡하게 되어 아침에는 목이 아플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입을 벌리고
정도광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코질환센터 원장은 “천식 및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최근 늘어나는 것은 입을 벌리고 생활하는 것과 관련성이 있다”며 “입보다는 코로 숨을 쉬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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