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온 이온화 냉각실험(MICE)` 국제공동연구단이 실험에 사용한 장비. 왼쪽 사진은 뮤온 생성에 활용되는 티타늄(Ti) 합금 표적 물질. [사진 제공 = 울산과학기술원] |
'뮤온 이온화 냉각실험(MICE)' 국제공동연구단은 1980년대 이론적으로 제안된 이온화 냉각기법을 처음 실험적으로 구현하고, 이를 통해 뮤온 빔의 위상공간 부피(부피에 운동량을 더한 개념)를 입자 가속기에 입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줄이는 데 사상 최초로 성공했다고 5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MICE 연구단은 미국과 영국, 이탈리아, 한국 등 세계 9개국 150명의 연구자들로 구성돼 있으며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정모세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 교수 연구진이 10여 년 전부터 참여해 왔다. 정 교수는 "뮤온의 위상공간 부피 줄이기는 뮤온을 이용한 입자 가속기 개발의 최대 난제였다"며 "이번 성과로 경입자 기반의 차세대 고에너지 입자가속기 개발이 탄력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뮤온은 우주 방사선이 지구 대기권에 충돌할 때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경입자로, 차세대 고에너지 입자가속기에 쓰일 유력한 후보 중 하나다. 인공적으로는 가속시킨 양성자를 티타늄(Ti) 합금으로 만들어진 표적 물질에 충돌시켜 만들어낼 수 있다.
LHC에 쓰였던 양성자 같은 강(強)입자는 서로 강하게 상호작용을 하는 반면, 뮤온 같은 경입자는 상호작용이 약하고 가벼운 데다 복잡한 하위 구조가 없어 입자가속기에 적용해 물질을 관측할 경우 상대적으로 노이즈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정 교수는 "전자도 경입자이지만 뮤온은 전자보다 힉스 생성 확률이 높아 훨씬 유용하다"며 "건설 비용도 뮤온 가속기가 전자 가속기보다 저렴하다"고 덧붙였다.
↑ 뮤온 빔의 생성과 이온화 냉각 과정. 양성자를 티타늄(Ti) 합금으로 이뤄진 표적 물질에 충돌시켜 생성되는 뮤온 입자들은 사방으로 퍼지는 성질이 있는데, 에너지 흡수체를 통과시키면 에너지가 낮아지면서 부피가 줄어들고 한 방향으로 정렬돼 입자 가속기에 입사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다. [자료 = 네이처] |
이에 MICE 연구진은 빠르게 뮤온을 냉각시킬 수 있는 이온화 냉각을 구현하기 위해 지난 20여 년간 연구에 매진해 왔다. 이온화 냉각은 뮤온 빔을 에너지 흡수체에 통과시킴으로써 뮤온 입자들이 이온화 반응에 의해 에너지를 잃고 부피가 줄면서 한 방향으로 정렬되도록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온화 냉각기법은 30여 년 전 이론적으로 제안됐으나 실제로 이를 통해 뮤온 빔의 위상공간 부피를 제어할 수 있음을 실험으로 입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실험은 영국 러더퍼드애플턴연구소(RAL)의 ISIS 가속기 시설에서 수행됐다.
MICE 연구단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CERN에 뮤온을 활용한 차세대 고에너지 입자가속기를 실증하기 위한 파일럿 실험시설 구축을 기획하고 있다. 크리스 로저스 RA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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