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그야말로 ‘송중기 신드롬’이 불었다.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송혜교와 함께 저돌적인 로맨스를 펼치며 여심을 들었다 놨다 하고 있는 것. 방송 4회 만에 다양한 어록들이 쏟아졌고, 전국은 ‘유시진앓이’로 들썩이고 있다.
특히 그의 대사 “여전히 섹시합니까?”는 SNS에서도 패러디될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극 중 모연(송혜교 분)을 눈을 깊이 들여다보며 던진 이 한 마디는 여심 한 가운데를 적중했다.
대체 그는 언제부터 이리도 섹시했을까? 꽃미남에서 수컷 냄새 물씬나는 ‘상남자’로 변신한 송중기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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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이주영 |
◇ ‘러브레이싱’
송중기의 첫 방송 입문작은 아이러니하게도 Mnet 예능 ‘꽃미남아롱사태’였다. 당시 성균관대 킹카로 나와 시청자뿐만 아니라 관계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는 2008년 ytn 드라마 ‘러브레이싱’으로 배우의 길에 들어선다. 조연이었지만 첫 작품치고는 꽤 비중있는 역을 맡아 특유의 ‘꽃매력’을 발산했다. 극중 성춘자(유채영 분)를 쫓아다니는 연하남 수영강사 ‘미소’로 분해 여심을 자극했다.
물론 연기력은 어설펐다. 그러나 코미디 장르고 신인배우의 풋풋한 느낌으로 커버하며 나쁘지 않은 연기 신고식을 마쳤다.
◇ ‘내사랑 금지옥엽’
같은 해 그는 KBS2 ‘내사랑 금지옥엽’으로 지상파 드라마에 진출한다. 신인이 얼굴을 알리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주말드라마에서 이태란, 지현우 등과 함께 장진호 역으로 본격적인 연기활동에 시동을 걸었다.
그가 맡은 장진호는 착하고 순한 성격에 주변 사람을 묵묵히 챙기는 배려남. 사랑과 우정 사이를 오가는 재라(홍수아 분)와 달콤한 ‘썸’을 타면서 극에 재미를 불어넣었다.
특히 작품이 시청률 30%벽을 훌쩍 뛰어넘으며 ‘송중기’란 이름 석 자는 대중의 머리에 더욱 확고하게 새겨졌다. 유약해보이지만 강단있는 ‘꽃미남’ 이미지가 시작된 것도 바로 이 작품부터였다.
◇ ‘트리플’
송중기는 이듬해 MBC ‘트리플’이란 작품에서 ‘유약한 꽃미남’이 아닌 당돌한 청춘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지풍호 역을 맡아 순정만화 캐릭터 같은 매력을 발산했다.
극 중 지풍호는 하고 싶은 말은 꼭 하는 성격이지만 하루(민효린 분) 앞에서만큼은 수줍게 변하는 인물로 송중기가 가진 미소년 매력을 한껏 살렸다. 또한 실제 중학교 시절 쇼트트랙 선수로 활동한 경험이 작품에 녹아들어 이전 작품보다 안정된 연기력을 펼칠 수 있었다.
◇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청춘물로 통통 튀는 매력을 보여준 그의 다음 선택은 정통 멜로물이었다. SBS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2009)’에서 동생을 끔찍이도 사랑하는 오빠 한지용 역으로 나선 것. 특별출연이었지만 시청자 눈물샘을 자극하며 퇴장할 만큼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동안 지상파 두 작품에서 비중 있는 조연을 맡았던 그가 특별출연을 선택한 건 의외였다. 이에 대해 송중기는 “이경희 작가의 ‘고맙습니다’를 정말 좋아해서 몇 번이나 다시 보며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 이 작가의 작품에 출연할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며 출연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 ‘산부인과’
송중기가 얼굴뿐만 아니라 연기도 흠잡을 데 없다는 걸 증명한 건 2010년 SBS ‘산부인과’에서였다. 물론 전작에서도 줄곧 신예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위화감 없지 잘 어울렸지만, ‘꽃미남’ ‘연하남’ 이미지를 벗지 못한 상태였다. 그는 이 작품에서 사랑 대신 현실을 선택하는 나쁜 남자 ‘안경우’로 분했다.
‘안경우’는 열악한 집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현실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인물. 분만실 간호사 영미(이영은 분)와 비밀 연애를 하면서도 돈 많은 여자와 맞선을 보고 양다리를 걸치는가 하면, 말도 안되는 궁합을 핑계로 들며 영미의 속을 뒤집는 캐릭터였다.
그러나 밉상 캐릭터라도 송중기가 소화해내니 다른 색이 스며들었다.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더하며 장서희, 고주원, 서지석, 이영은 등 사이에서 존재감을 발했다.
◇ ‘성균관스캔들’
같은 해 송중기의 제1의 인생작이 터졌다. 바로 KBS2 ‘성균관스캔들’이 그것이다.
그는 ‘성균관스캔들’에서 바람둥이에 음주가무를 사랑하는 구용하 역으로 등장했다. 박유천, 유아인 등과 함께 ‘꽃도령’으로 큰 인기를 얻으며 시청률 15%대까지 이끄는 중추 구실을 했다.
재미있는 건 당시 인기에 힘입어 연말시상식에서 유아인과 베스트커플상을 수상했다는 점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커플상 수상 이후 유아인과 어색해져 연락이 끊겼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 ‘뿌리깊은 나무’
‘성균관 스캔들’ 사극 이미지는 2011년 SBS ‘뿌리깊은 나무’에서도 계속됐다. 극 초반 한석규의 아역인 어린 이도로 출연해 일취월장한 연기력으로 호평을 이끌어냈다.
3회에 지나지 않는 짧은 분량이었지만 성인 배역인 한석규로 교체될 때엔 드라마 팬들로부터 아쉬운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특히 이방원 역의 백윤식과 대립할 때마저도 밀리지 않으며 드라마 인기를 다지는 데에 일조했다.
◇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2012년 송중기가 드디어 원톱으로 나섰다. KBS2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에서 순수와 복수 사이를 오가는 ‘강마루’ 옷을 입고 야누스적 매력을 뿜어냈다.
이 드라마는 송중기가 타이틀롤이 된 첫 작품인 동시에, 그가 지닌 개구쟁이 꽃미남 이미지를 벗게 해줬다. 사랑하던 여자 재희(박시연 분)에게 복수를 꿈꾸며 야망을 이루려는 옴므파탈로 변신해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물론 캐스팅 당시엔 ‘밀크남’ 이미지가 강한 그가 복수의 화신으로 어울리지 않을 거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기분좋게 성공적인 변신을 마친 그는 “내게 진지한 면이 있기 때문에 그런 걱정이 크게 부담스럽진 않았다. 또 꼼수 부리지 말고 돌직구를 던져보자는 생각이었다”며 “배역에 빠져서 살았던 게 이번이 처음”이라고 여유를 내비치기도 했다.
◇ ‘태양의 후예’
입대로 인한 브라운관 속 공백기는 꽤 길었다. ‘착한 남자’ 이후 4년 만에 복귀한 그는 이전의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이어갈 거란 예상과 달리 KBS2 ‘태양의 후예’ 속 절도 있는 군인 캐릭터를 택했다.
방송 직전까지도 제대한 스타들은 복귀에 크게 성공하지 못한다는 묘한 징크스가 떠돌았고, 송중기도 이 때문에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또한 제대 이후 또 군인 역을 맡는다는 것에 대해서도 기대감은 높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마치 여봐란 듯 주위 시선을 부수고 재기에 성공했다. 송혜교와 함께 호흡을 맞춘 ‘태양의 후예’는 단 2회만에 시청률 15%를 넘겼고, 벌써 25%대 고지를 향해 거침없이 전진하고 있다. 극 중심을 이끄는 송중기의 파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고 지적받았던 캐스팅 문제도 이젠 ‘송중기라 가능했던 수컷 매력’이란 칭찬으로 깨끗이 덮어버렸다. 복귀와 함께 제2의 인생작을 만난 그의 고공행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