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이 너무나 치열했던 만큼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을 보면서 이런 상반된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았을 듯합니다.
지난주 한국 갤럽이 조사한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은 44%로 전주보다도 더 떨어졌습니다.
인사 문제와 국민 소통 미흡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지금 당장 이 지지율보다 앞으로 국정수행을 잘할 것이냐는 전망에 대한 기대치입니다.
리얼미터가 지난주 조사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전망은 잘 할 것이라는 의견이 61.4%를 기록했고, 국정수행을 잘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는 29.3%로 나타났습니다.
한 마디로 지금은 조금 잘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는 뜻입니다.
다행히 어제 국회에서 정홍원 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통과됐습니다.
다른 장관 후보자들과 정부 조직개편안 처리가 늦어지고 있지만,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듯한 모습입니다.
이렇게 되면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정말 5년 뒤에도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억되려면 쓴소리도 새겨들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죠.
반대자들은 으레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한다 치더라도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말하는 쓴소리는 조금 의미가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수위원장으로 거론됐던 보수적 학자인 서울대 송호근 교수의 쓴소리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송 교수는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실천모임이 주최한 특강에서 박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습니다.
잠깐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송호근 /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2월26일)
- "좌 율사 우장성 법칙이 되고 있는데 마음이 놓이나? (웃음) 저는 주문하고 싶은 게 나 홀로 조각도 좋은데 결과가 인상적인지는 않잖아요. 열심히 하실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국민 전체가 보기에 결과는 이상적이지는 않아 보입니다."
박 대통령이 검사나 변호사 출신, 그리고 군 장성들을 중용하는 것을 빗댄 말입니다.
특히 새누리당 지도부조차 장관 후보를 언론에 이름이 발표된 이후에나 아는 '소통의 단절'을 꼬집었습니다.
박 대통령의 취임사에 나오는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문화융성'이라는 키워드도 문제 삼았습니다.
옛날 분들은 좋았겠지만, 2040세대와 젊은이들에게는 약간의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5대 국정목표에서 '경제민주화'가 제외된 것에 대해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하는 사람 중에 경제민주화에 대한 개념을 아는 사람이 없어서 결과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었다.'
송호근 교수와 김종인 전 위원장이 박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한 이유는 뭘까요?
이 두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반대로 돌아섰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분들은 그 누구보다 박 대통령의 성공을 바라고 있고, 그래서 더 쓴소리를 한지도 모릅니다.
격려의 쓴소리라고 말하면 지나치게 역설적 표현일까요?
권력은 늘 견제를 동반하기 마련이죠.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반대편에 섰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과 안철수 전 후보가 여전히 그 견제 세력이라면 맞는 말일까요?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불참했던 문재인 의원은 어제 정홍원 총리 후보자 국회 본회의 표결에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전 대선후보(2월26일)
- "특별한 감회는 없고요. 오늘 의결사항도 많고 중요하니까 당연히 참석해야죠."
문재인 후보가 이번 본회의 참석으로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시작하는 걸까요?
문재인 후보의 의사와 관계없이 그의 정치활동 재개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에 마치 구원투수의 등장처럼 비치고 있습니다.
가능성은 작지만,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어제 뉴스 M에서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힌 이용섭 정책위의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용섭 /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2월26일 뉴스 M 출연)
- "우리 민주당의 소중한 자산이고, 어떤 의미에서 대한민국의 자산입니다. 그래서 이분이 해야 할 역할은 본인께서 나름대로 생각이 있기 때문이 시간이 가면서 정리해 갈 것입니다.
(당 대표 경선 과정에 개입하는 일은 없는 것이죠?)
그분이 성격상 개입 안 할 것이고, 시기적으로 대선이 끝난 지 얼마 안 돼서 책임 문제가 거론되는데 이분이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문재인 의원이 여야가 극한 대치를 보이는 정부조직개편안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줄 것까지 요구했습니다.
이한구 원내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한구 / 새누리당 원내 대표(2월27일)
- "문재인 의원이 국회 출석했다. 활동하는 것을 환영한다. 문재인 의원이 리더십 발휘해 거대야당이 한 약속에 대해 지금 민주통합당이 이행할 책임이 있다고 분명히 밝히고 민주통합당내 리더십을 발휘해 주시기 바랍니다."
문재인 의원이 인정하든 안 하든, 그의 중량감과 정치적 활동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큰 것 같기도 합니다.
안철수 전 후보의 귀국 얘기도 자주 들립니다.
오늘 조선일보는 안철수 전 교수가 이르면 다음 주에 귀국해 신당 창당 준비에 들어갈 것이라고 캠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습니다.
'안 전 교수가 앞으로 정치 활동을 어떻게 끌고 갈지 대략적인 구상을 마쳤다'는 겁니다.
사실 확인은 안 됐지만, 안 전 교수가 다음 주에 귀국한다면 정치권에 몰고 올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더욱이 안 전 교수가 4월 보궐 선거에서 출마한 측근들을 지원하고, 그 힘을 바탕으로 10월 재보궐 선거를 겨냥한 창당까지 한다면 야권이 요동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의원, 그리고 안철수 전 교수.
18대 대통령 선거는 끝났지만, 이들의 삼국전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일까요?
과거는 현재를 만들었고, 현재는 미래를 바꾸는 게 불변의 진리겠죠.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의 피디